기업이 어려워하는 문제, 맞춤형으로 해결
[편집자 주] AI TOP는 한국 AI 산업 발전을 이끄는 리더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입니다. AI TOP에는 국내 공신력 있는 AI 협회인 지능정보산업협회(AIIA)가 선정한 ‘2024 Emerging AI+X Top 100’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AI) 베테랑들이 모인 기업이 있다. 사업 도메인은 AI다. 써로마인드 이야기다.
써로마인드는 국내 AI 최고 전문가라 불리는 장병탁 서울대 AI연구원장이 창업한 회사다. 현재 장 원장은 이사회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고, 그의 제자들이 회사를 꾸려가고 있다. 그만큼 AI 전공자들이 많다. 생성형 AI가 등장하기 전, 알파고가 관심받기 전부터 AI를 공부하고 연구하던 이들이 모여있다고 볼 수 있다.
장하영 써로마인드 대표는 회사의 강점으로 경험을 꼽는다. “우리만큼 AI에서 실패한 경험을 가진 이들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써로마인드가 실패 경험이 많은 것은 순수 AI를 해서다. 현재 등장하고 있는 기업간거래(B2B AI 스타트업은 도메인을 갖고 있다. 제조, 의료, 교육, 스포츠 등 도메인에서 AI를 서비스한다. 이들은 자신의 도메인에서 AI를 적용했으면 좋겠는 부분을 고민하고, 이에 관한 기술을 개발해 성공 경험을 쌓아 올렸다.
써로마인드는 다르다. 이 회사는 애초부터 도메인이 AI였다. 각 산업 분야에서 AI가 필요한 점을 고민하는 것을 넘어 AI 산업의 발전을 고민했다. 이 때문에 실패가 많았다. 한창 관심을 받는 AI보단, 실제 AI가 필요한 분야를 연구하면서 시장보다 앞서간 영향이다. 하지만 이 경험은 결과적으로 이점이 됐다. 어떤 분야에 AI를 도입했을 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우리가 AI 기술력이 있다는 것은 많은 곳에서 알기에 여러 자문이 들어오는데, 우리는 어떤 점이 더 필요하고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경험이 있어 다른 기업들의 실패 경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써로마인드는 제조,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 AI 솔루션을 도입해 에너지 사용량 예측을 가능케 한 점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기존 수동적인 공장 에너지 관리 시스템(FEMS)을 AI 기반 자동 제어·설비와 연동해 능동적인 에너지 절감 시스템으로 개선코자 했다. 이를 통해 기존 전력망에서 사용하는 전기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저장한 전기를 사용하는 비율을 약 65% 높였다. 전력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개선해 전체적인 에너지 시스템 효율성도 증대시켰다.
다른 기업이 많이 하지 않는 사운드 데이터를 연구한 것도 성과다. 써로마인드는 기업 차별화를 위해 언어, 비전, 음성과 별개로 음향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실 음향은 수집이 어렵고 활용도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데이터를 수집할 때 주변에 아주 작은 소리만 중첩 되도 사용할 수 없어서다. 회사는 이 분야가 비즈니스 가치는 있지만 타 기업은 어려워할 것으로 생각해 해당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자동차 기업의 소음 진동을 분석해 고장 여부를 분석하는 AI 기술을 개발했다. 엔진에서 들리는 미세한 소리를 듣고 어느 부분이 고장 났고, 부품에 이상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기술이다.
장하영 대표는 “AI에 관해 연구하고 개발한 경험이 많은 만큼,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AI를 잘하는 것을 넘어 이제 비즈니스 성과를 하나둘 만들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AI 베테랑들이 있는 써로마인드에 방문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써로마인드는 AI 도입 지원군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AI 개발·운영 플랫폼 ‘써로마인드 AI 스튜디오’를 통해 기업들의 데이터 구축부터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배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기존에 복잡했던 AI 개발 환경을 몇 번의 마우스 클릭만으로 바꿔주는 기술이다. 비전문가도 개발자 도움 없이 간단한 교육만으로 AI 데이터 구축과 모델링을 할 수 있다.”
- 로우코딩 붐이 불면서 사실 AI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꽤 있다. 차별점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콘셉트는 다 비슷하다. 코딩하지 않고도 AI를 쉽게 개발할 수 있게 한다. 타 기업 제품은 정확히 모르지만, 어떤 분야에 특화된 도메인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의료면 의료, 제조면 제조 등 특화된 도메인이 있다. 우리는 다루는 도메인들이 다 다르다. 우선 우리가 AI에 관한 기술력이 높은 편이라 모든 도메인을 소화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 비전 데이터를 위주로 하고 있고, 소음·진동 데이터 등도 지원한다. 어떤 분야에 특화되지 않고 보편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AI 개발·운영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 써로마인드가 특화한 도메인은 무엇인가.
“AI다. 현재 AI는 특정 분야에 전문성 있는 사람이 AI를 도입해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시작이 다르다. AI를 하던 연구실에서 창업한 회사다. 이 때문에 나쁘게 얘기하면 특정 도메인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반대로 말하면 AI 상업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AI 비즈니스를 연구해왔다. 운이 좋아서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한 경진대회에서 우승해 장관상을 받은 경험도 있다. 기업들이 AI에서 어려워하는 분야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 많이 연구되지 않은 음향이나 멀티모달 분야 등에서도 강점이 있다.”
- 멀티모달 관련 사업도 하나.
“우리가 연구실 출신이다 보니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그중 하나가 이미지와 언어를 함께 하는 것이다. 요즘은 이를 VLM(비전랭기지모델)이라 부른다. 일례로 사진에 물병이 있으면 몇 개가 있는지, 티슈가 있으면 어떤 색인지를 맞추는 연구를 했었고, 사진을 주면 이를 설명하는 기술 등을 연구했다. 우리가 여기서 더 나아가 과제를 했던 것은 비디오를 보고 설명해주는 작업을 과거에 했었다. 이를 구글 검색에 붙여보기도 하고, 메신저에 결합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 기술을 교육 분야에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디지털교과서 등 국내 교육 변화가 시작된 만큼, 이쪽 시장에서 니즈가 높다. 교육에서는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못한다. 잘못된 답변을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VLM 모델로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 로봇 쪽에서도 활용이 클 것 같은데.
“맞다. 이것은 VLA(비전랭기지액션) 모델이다. 로봇이 이미지를 보고 어떤 액션을 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다. AI가 개발되기 전에도 로봇은 액션을 했다. 리모콘을 집어오라고 하면 집어 왔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일종의 쇼였다. 사전에 좌표를 미리 입력하고 행동하게 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좌푯값은 코드로 바뀌었다. 필요한 제어를 명령하는 코드를 사람이 다 만들어 논다. VLA는 여기서 더 나아간 방법이다. 로봇이 움직일 코드를 AI가 자동으로 만든다. 이미지를 입력하고 필요한 행동을 자동으로 하게 한다. 물론 어려운 과제다. 세밀한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분야도 역시 연구하고 있다.”
- 최근 빅테크 기업에서 생성형부터 멀티모달 AI가 계속 개발돼서 위기감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AI의 실제 도입을 지원한다.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코드는 AI하는 사람이라면 만들 수 있지만, 실제 사람처럼 작동하게 하기는 막막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고도화한 업무를 지원한다. 사실 AI 기술의 발전은 타격이 크지 않다. 오히려 기회다. 대중이 점점 AI 활용도를 고민하고 있어서다. AI가 보편적으로 사용되면 우리에게 많은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지금 많은 기업이 AI를 얘기하고 있지만, AI를 쓰는 기업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심지어 AI 기업들도 정부 과제를 할 때 AI를 사용하지 않고, 기존 룰 기반으로 하는 곳도 많다. AI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우리는 AI 보편화를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수 있다.”
- 써로마인드는 AI 해결사로 보인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I 해결사라긴 부담스럽지만, AI 베테랑은 된다. AI를 오래 연구하고 공부한 사람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메인 지식은 부족하다. 이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우리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 도메인 전문가를 늘렸다. 의료 전문가, 제조 전문가 등으로 조직을 구성했다. 사업 추진 실장의 경우 재료공학 전공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구성된 만큼 여러 시너지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AI를 오래 연구한 기업 입장에서 한국 AI가 발전하려면 어떤 점이 필요할까.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AI가 지금처럼 크게 관심을 받기 전부터도 AI를 연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AI가 완성됐고 앞서갈 수 있었다. 미국이 AI에 강점이 있는 것은 이러한 배경과 기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지금 많은 지원이 있어서 경쟁력을 갖춰 왔다. 물론 실패한 사업도 있고 성과가 나오지 않은 사업도 있지만, 실패 경험도 성공의 원동력이 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