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I TOP는 한국 AI 산업 발전을 이끄는 리더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입니다. AI TOP에는 국내 공신력 있는 AI 협회인 지능정보산업협회(AIIA)가 선정한 ‘2024 Emerging AI+X Top 100’ 기업 중 AI 전문매체 THE AI가 선별한 기업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 AI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자율주행 로봇 전성시대가 열렸다. 식당부터 쇼핑센터, 물류센터까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로봇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로봇들은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멈추거나 피하며 지정된 경로를 다닌다. 로봇이 이동 분야에서만큼은 이미 기술이 고도화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그런데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도 사실 격차가 크다. 경로를 지정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로봇이 있는 반면, 사람이 일일이 조종하는 로봇도 있다. 로봇 전시회 등에 가면 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처에 있는 직원이 손을 뒤로 숨긴 채 조이스틱과 같은 조종기로 로봇을 조종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자율주행 로봇의 기술력은 내비게이션처럼 경로를 찾는 능력, 카메라와 라이다 등의 센서로 주변 사람과 사물을 인식해 피하거나 멈추는 능력, 자기 위치를 찾는 능력 등으로 나뉜다. 특히 이중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찾는 능력은 어렵다고 평가된다. 로봇이 계획한 경로대로 움직이려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주변 환경에 따라 위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실내에서 움직이는 로봇의 경우 미세하게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므로 GPS뿐 아니라 주변 환경을 토대로 위치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위치를 잃어버린 로봇은 ‘길치’ 혹은 ‘방향치’가 돼 경로를 잃을 수 있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로봇 업체들은 마크를 이용한다. 물류센터나 쇼핑센터 등의 바닥에 위치 정보가 있는 마크를 붙여 로봇이 현재 위치를 알 수 있게 한다. 로봇은 이 마크를 따라다니며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이 방식은 그동안 물류센터 등에 많이 활용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물류센터 내부의 구조를 바꿔버리면 마크를 전부 재부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었고, 이동에 제약도 생겼다. 마크가 훼손되는 경우 로봇이 제 위치를 잃어버려 작업이 중단되는 문제도 생겼다.
국내 인공지능(AI) 로봇 기업인 ‘트위니’는 이 한계를 깨뜨렸다. 마크를 붙이지 않아도 로봇이 제 위치를 알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실제 트위니 로봇들은 물류창고나 쇼핑센터, 심지어 카지노에서도 바닥의 마크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건물 구조에 변화가 생겨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천영석 트위니 대표는 그 비결로 3D 라이다와 AI 기술을 꼽았다. 타 로봇들이 2D 라이다로 사물을 보는 반면, 트위니 로봇은 3D 라이다로 입체적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여기서 인식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AI 기술로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경로를 알고 위치도 알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대전광역시에 있는 트위니 본사에서 천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트위니 로봇의 장점은 무엇인가.
“넓고 복잡한 환경에서 길을 잘 찾는 기술력이다. 사람과 로봇은 비슷하다. 사람이 찾기 힘든 길은 로봇도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식당은 아이들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당연히 로봇도 찾기 쉽다. 서빙 로봇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업이 많은 이유다. 우리 로봇은 넓고 변화가 심한 물류센터나 넓은 공장을 대상으로 한다. 실제로 우리는 서빙 로봇은 하지 않고, 물류창고에 사용할 수 있는 오더피킹 로봇,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물류 로봇을 주력으로 한다. 넓고 복잡한 환경에 필요한 로봇을 제공하는 것이 트위니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 트위니 로봇이 길을 잘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3D 라이다와 데이터 처리 기술이다. 보통의 로봇은 2D 라이다를 사용한다. 2D는 평면이어서 장애물이 많으면 주변 환경이 보이지 않는다. 3D 라이다는 장애물이 많아도 주변 환경을 잘 인식할 수 있다. 주변 환경을 파악하지 못하면 로봇이 자신의 위치를 알 수가 없다. 우리가 2D 평면으로 주변 환경을 볼 때 가구 위치를 살짝 바꾸면 헷갈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3D는 전체를 볼 수 있어서 사람이 실내에 많이 들어와 북적이는 환경에서도 제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 로봇은 3D 라이다를 탑재하고 있고, 이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AI 기술을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른 로봇보다 복잡한 환경에서도 길을 잘 찾을 수 있다.”
트위니의 나르고 오더피킹 로봇 영상. /트위니
- 물류센터 등에선 마크를 부착해 로봇이 이동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마크를 붙이는 것이 로봇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서다. 크고 복잡한 환경에서 로봇이 제 위치를 찾기 어려우니 위치를 알려주는 인식 마크를 바닥에 붙여 로봇의 이동을 보조하는 방법이다. 우리 로봇들은 3D 라이다와 데이터 처리 기술로 어디에 있든 제 위치를 알 수 있지만, 다른 로봇들은 가능하지 않다. 이 때문에 바닥에 마크를 붙이거나 위치마다 센서를 탑재하는 등 인프라를 이용한다. 아마존 물류센터에 있는 키바 등의 로봇이 대표 사례다. 하지만 마크를 따라다니게 되면 동선에 제약이 있고, 공간이 변하는 경우 다시 마크 수정 작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크가 훼손됐을 경우 모든 업무가 중단되는 경우도 생긴다. 제약 조건이 크기 때문에 활용이 어렵다고 평가된다.”
- 트위니 로봇은 마크와 같은 인프라 작업 없이 제 위치를 알기 때문에 도입이 편할 것 같다.
“맞다. 바로 도입해 활용할 수 있다. 물류창고에 로봇을 도입할 때 마크가 필요한 로봇의 경우 준비 작업이 많이 들어간다. 창고 시설에 따라 로봇 동선을 계획해야 하고, 이에 맞춰 마크를 붙이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새로 짓는 물류창고에 로봇을 도입하고 기존 창고에는 도입하지 않는 곳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인프라에 상관없이 로봇이 제 위치를 찾기 때문에 바로 로봇을 도입할 수 있다. 고객사에서도 이러한 장점을 알고, 처음에는 한두 대를 도입했다가 계속 제품 수를 늘려가는 곳이 많다.”
- 자율주행 로봇이 다 비슷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기술력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주변에 로봇이 많아졌지만, 완전 자율주행로봇은 없다. 모두 주어진 경로에 따라 움직이고 이를 위해 센서나 마크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카메라 등을 활용해 사람이나 장애물이 근처에 오면 멈추는 기능 등만 발전했을 뿐이다. 여전히 사람이 조종해 움직이는 로봇도 많다. 로봇은 대부분 실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GPS 말고도 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므로 쉽지 않다. 우리는 3D 라이다, 2D 라이다 등을 모두 활용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 자율주행으로 물건을 나르는 ‘나르고’, 앞의 로봇을 따라다니는 ‘따르고’ 등의 로봇이 있다고 알고 있다.
“사실 우리도 잘못한 것이 있다. 우리는 기술만 쫓았다. 사실 우린 기술 기업이다. 석·박사급 인재가 많고 기술 연구에 매진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을 알지 못했다. 완전 자율주행 할 수 있고 더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는데 주력했다. 기술은 자신 있지만,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르고와 따르고가 비슷하다. 기술력이 좋은 제품인데, 이를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할지를 고민하지 못했다. 일례로 마트에 장을 보면 로봇이 사람을 잘 따라다니게 하는 로봇을 상용화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로봇이 일반 카트에 비해 너무 비쌌다. 사람이 밀고 다녀도 되는데, 고객사가 굳이 비싼 로봇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우린 제품을 이용자에 맞춰 안내하고 있다. 물류창고에서 오더를 내리면 해당 물건을 찾거나 배송하는 오더피킹 로봇이 현재 많이 판매되고 있고, 최근엔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나르고 팩토리’를 출시했다.”
- 나르고 팩토리는 어떤 로봇인가.
“저상형 자율주행 물류 이송 로봇이다. 자유롭게 다니며 300kg까지 무게를 옮길 수 있다. 여기에 상부 모듈을 픽업, 부품 이송·적재, 배송 등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게 설계했다. 로봇 암이나 컨베이어벨트, 롤테이너, 리프트 부착 등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를 스스로 알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로봇을 사용자가 필요한 용도에 따라 이용할 수 있다. 제조 공장이나 물류 등 다양한 분에의 여러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
- 단순한 이동이 아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점이 이점인 것 같다.
“나르고 팩토리는 우리가 시장을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그동안 우리는 기술력에만 매진해 왔지만, 이젠 시장을 이해하고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로봇을 선보이게 됐다. 이 과정이 순탄치 않았지만 다른 기업들보단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본다.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시간은 길지만, 시장 맞춤형 로봇을 제공하는 것은 이보다 쉽기 때문이다. 당분간 타 로봇 기업과 우리의 기술 격차는 클 것으로 생각된다.”
-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인기다. 이 기술을 로봇에 결합할 생각도 있나.
“이미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공동 대표인 천홍석 대표가 대형언어모델(LLM) 기술을 결합해 로봇의 입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NC소프트와 협업해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엔 챗GPT를 활용할까 했는데, 챗GPT는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답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로봇이 대답할 때 시간이 걸리면 답답할 수 있다. 그런데 NC소프트의 바르코(VARCO)는 지연 현상이 없었다. 그래서 함께 협력해 나가고 있다. 나르고 모델에 해당 기술을 접목해 현재 국립중앙과학관에 납품한 상태다. 앞으로 디자인 등 디테일한 부분을 고도화해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 목표하는 바가 있다면.
“글로벌 1위다. 로봇을 떠올리면 독일이나 일본이 잘한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이들 국가가 잘하지만, 자율주행 로봇만큼은 우리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5년 전만 해도 우리가 자율주행을 잘한다고 했을 때 “쟤네, 미국은 다녀와 봤나?”라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 제품이 알려지고 관련 영상들도 많아지다 보니 기술력을 인정받는 분위기다. 앞으로 우리 기술을 시장이 수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해 한국도 로봇을 잘한다는 타이틀을 가져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