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AI TOP는 한국 AI 산업 발전을 이끄는 리더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획입니다. AI TOP에는 국내 공신력 있는 AI 협회인 지능정보산업협회(AIIA)가 선정한 ‘2024 Emerging AI+X Top 100’ 기업 중 AI 전문매체 THE AI가 선별한 기업이 등장합니다. 이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 AI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국이 제조업에서 지속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한국은 제조 강국으로 불린다. 반도체부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위한 기술과 인프라가 발전해있다. 한국 경제는 제조에서 성장했고, 지금도 40%가량을 제조에서 책임지고 있단 말도 있다. 하지만 지금 제조업은 위기를 맞았다.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고, 제조업이 기피 분야로 분류되고 있어서다. 제조업에선 제품의 이상을 탐지하거나 설계 순서 등을 정하는 경험이 필요한데, 경험 많은 직원들의 은퇴와 이직으로 인한 이탈도 심한 편이다.
사실 제조업에서의 인력 이탈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과제다. 선진국에서 제조 인력 감소는 지속 있었다. 이 때문에 인력을 보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멘스, SAP, 슈나이더일렉트릭 등의 기업은 제조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을 지속 공급해왔고, 지금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까지 제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 주관 스마트팩토리 전환 사업으로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한 공장이 많아졌고, 관련 기술도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기업의 투자 속도를 보면 한국이 제조업 강국을 잃을 수 있단 염려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경쟁하기엔 한국 제조 소프트웨어 기술의 투자와 성장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렇다면 국내 제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일까? 실제 산업 현장에선 ‘성공 사례’를 원한다. 인력이 줄면서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기술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해당 기술을 적용하기엔 위험 부담이 따른다는 것이다. 일례로 공정 장비의 이상을 사전에 탐지하는 AI 기반 예지보전의 경우, 도입하고 싶어도 불량을 탐지할 수 있단 보장이 없어 도입하기 어렵다는 이들이 많다. 한 제조 기업 대표는 “AI가 장비 고장을 사전에 알려주면 좋지만, AI가 내린 결과를 믿을 수 있는지에 관해선 선뜻 확신이 없다”면서 “AI가 오류를 일으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말했다. 단 “기존 성공 사례나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투자할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AI를 도입하고 싶어도 인력과 정보 한계로 시도조차 못 하는 곳도 있다. 경북권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대표는 “요즘 다들 AI를 얘기하는데, 사실 우리 회사에서 AI를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서 “AI 분야 인력을 채용하고 싶어도 사업장이 지역에 있어 지원하는 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문제는 국내 제조 경쟁력을 낮추는 주요 원인이다. 이에 국내 제조업에서 성공사례를 만들고, 기업들의 AI 전환을 지원하는 특공대가 있다. 일명 ‘제조 델타포스팀’이라 불리는 마키나락스다. 이 기업은 증명하기 어렵다는 제조 분야 AI에서 지속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또한 AI 엔지니어가 없는 기업들을 위해 특공대가 기업 맞춤형으로 AI 전환을 돕고 있다. 지난해에는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올해 가장 유망한 10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조 분야에선 유일하다. 그렇다면, 제조 델타포스팀은 제조 경쟁력을 어떻게 높이고 있는지,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 마키나락스는 왜 AI 특공대로 불리나.
“제조업에서는 AI 기술에 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인력 감소 등의 문제도 있고 작업 효율을 높여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어서다. 우리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AI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며 제조업에서의 AI 전환을 돕고 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플랫폼만 공급해서 AI 도입을 잘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러지 못하는 곳도 있다. 그 이유는 인력이다. 내부에 AI 엔지니어가 있으면 플랫폼만으로도 쉽게 AI를 사용하지만, 이러한 인력이 없으면 도입을 어려워한다. 제조업은 서울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규모가 작은 곳도 많다. 이러한 기업들은 AI 엔지니어를 구하기 어려워한다. 우리는 이러한 기업들의 AI 도입을 직접 지원한다. 플랫폼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직접 AI 전환을 돕다 보니, AI 특공대라고 불리고 있다.”
- AI 특공대는 각 제조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나.
“성공 사례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제조업에는 여러 옵션이 있고 한계도 있다. 사실 AI는 연구실에선 잘 작동해도 현장에선 여러 조건 탓에 그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2017년 회사를 설립한 후 약 6년간 제조 AI 사업을 해오며 여러 경험을 해왔다. AI 개발 프로젝트만 50여 개 되고 성공률도 높았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들의 제조 AI 도입을 돕고 있다. 한 예로 중소기업들은 데이터를 수집할 때 데이터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에 관한 피처들을 찾는데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대기업에서 검증한 솔루션을 갖고 데이터를 검증하고 모델을 빨리 고도화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 이것이 마키나락스 AI 특공대의 역할이다.”
- 최근 제조업에선 이상 탐지와 예지보전에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맞다. 실제로 공장에는 로봇과 장비가 많이 사용된다. 그런데 이 로봇들이 고장이 나면 사후 대처를 해야 한다. 이 기간 작업을 할 수 없으니 그만큼 비용과 시간적으로 큰 손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공장에는 보존팀이 존재한다. 로봇들을 미리 검사해 고장을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로봇이 200~300대가 되다 보면 이 작업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AI로 풀어주고 있다. AI로 로봇들을 먼저 검사한 후 고장 날 가능성이 높은 로봇을 매일 리포트로 제공한다. 어떤 로봇을 먼저 점검하면 좋은지를 알려준다. 사람이 모든 200대 로봇을 다 검사하게 되면 몇 주가 소요되기 때문에 AI가 이 작업의 우선순위를 알려주는 것이다.”
- 그런데 AI가 내민 리포터는 믿을 수 있나. 사실 현장에선 AI를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말 실질적인 문제다. 그래서 우리가 고장 날 로봇을 우선순위로 알려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고장을 예측하는 것이 먼저였지만, 지금은 우선순위로만 제공하고 있다. 선별적으로 고장 날 가능성이 있는 로봇만 꼽아줘도 작업량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고장을 바로 잡아낼 수도 있지만, 미리 선별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현장에서 신뢰를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재밌는 사례도 있다. 한 공장에선 이상 탐지 기술을 적용했는데, 한 장비에서 이 알람이 울렸다. 그런데 공장장이 믿지 않았다. 자신의 경험상 고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AI가 예측한 시점인 일주일 뒤에 정확히 고장이 발생했다. 어쩔 수 없이 그 공장은 셧다운 했다. 화학 분야 업종이었는데 이 때문에 10억 단위의 손해가 났다. 사전에 대응했으면 손해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같은 일이 또 발생했다. 다른 장비에서 알람이 울렸지만, 공장장은 믿지 않았고 그 장비는 고장이 났다. 이 사례는 그룹사 내부에 보고가 돼서 우리가 투자받는 데 영향을 줬다. 고객사는 큰 손해를 입었지만, 우리 기술을 검증한 사례가 됐다.”
- 이상 탐지 외 다른 사례도 있나.
“PCB 기판 위에 부품을 올려놓는 공정이 있다. 여기서 어떤 순서로 부품을 올리느냐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 어떤 방법으로 올려놓으면 10초가 걸리고, 다른 방법으로 올리면 5초가 걸린다. 제조 현장에선 짧은 시간에 제품을 만드는 것이 효율이기 때문에 이 순서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SMT 장비에선 정말 짧은 시간에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부품을 꽂기 때문에 이 순서가 중요하다. 놀라웠던 건 이 SMT 장비를 만드는 회사에선 10년간 이 순서를 최적화해왔다. 전문가들이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정한 순서였다. 그런데 AI가 3개월 만에 그 성능을 따라잡았다. 10년 동안 최적화시킨 결과를 AI가 바꿔 버린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바둑기사를 이긴 것과 같은 결과였다. 이처럼 AI가 제조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우리는 이러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 제조 분야에서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제조부터 경영진의 의사 결정까지 AI가 지원할 수 있다. 작년 매출을 고려해 올해 전략을 세우는 것부터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공정 스케줄링 등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성공 사례다. 현장에서 AI를 믿지 않는 것은 성공 사례가 없어서다. 다들 AI가 좋다고 얘기하고 우리 제품이 좋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성공 사례를 만든 곳은 얼마 되지 않는다. 우리는 업계에서 인정받기 위해선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고, 이 때문에 그동안 성공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 미국에도 법인이 있는 것으로 안다. 법인을 설립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선진국으로 불리는데, 제조 선진국은 아니다. 한국만큼 도입이 빠르지 않다. 반대로 한국은 제조 선진국이다. 생각해 보자. 한국은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화학 등 상당히 많은 제조 기업이 있다. 우리는 한국에서 이러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미국 시장을 여는 것이 목표다. AI는 데이터와 사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AI에선 분명한 강점이 있지만, 제조에선 아니다. 우리는 한국이 가진 제조의 강점을 살려 이 분야 AI 시장을 이끌어가는 것이 목표다. 산업 특화 AI라고 하면 미국도 한국도 먼저 떠올리는 기업이 마키나락스가 되었으면 한다.”
- 얘기한 것처럼 한국은 제조 강국이다. 강국의 위상을 이어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AI에 투자해야 한다. 이미 독일부터 미국까지 강자 기업들이 산업 소프트웨어 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지멘스, SAP 등 전통 강자부터 최근엔 AWS, 구글 클라우드 등의 기업들도 제조 관련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이들이 제조업에 뛰어든 이유는 미래 제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와 AI기 때문이다. 인력을 줄어들고 있고 많은 작업은 로봇이 대체하고 있다. 의사 결정 역시 AI가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제조 AI에 투자하지 않으면 한국은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한국이 첨단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더 이상 제조업을 잘한다고 얘기할 수 없을 것이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다른 회의나 모임, 인터뷰에선 올해 목표는 상장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상장은 우리가 꿈을 이뤄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고, 진짜 목표는 제조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가 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위에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오피스프로그램을 만들어 직장인들의 생산성을 크게 높였다. PPT나 엑셀, 워드가 갑자기 사라지면 직장인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우리는 산업 영역에서 이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이 되고 싶다. AI 플랫폼과 그 위에 다양하게 올라가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산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 산업 영역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자 계획이다.”